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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토히나] Happy ever after

by 시드  2020. 2. 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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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LOGUE –

 

 

 

오늘따라 파랗고 높아 보이는 하늘. 띄엄띄엄 떨어진 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화장한 낮이었다. 길 위로 뜨거운 햇빛이 쏟아진다. 몇 없는 구름이 햇빛을 막아주면 좋으련만, 미도리를 피해 멀리 도망가는 건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도 점점 멀어지기만 한다. 손으로 얼굴을 가려본다. 작은 그늘에 눈을 뜨기는 조금 편해졌지만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없어 저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더워….”

아까까지 에어컨을 틀어놔 시원했던 방에 있어서 그런가, 바깥의 참을 수 열기가 끔찍하다. 여름이 싫다. 덥고, 끈적거리고 또 힘들어…. 집 밖에 나온지 5분도 안 됐지만 집에 가고 싶다…. 최대한 그늘로 걸어보려 요리조리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들다. 그렇다고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모든 길 위를 따라 크고 넓은 차양이 생기면 좋을 텐데…. 그럼 뜨거운 햇빛도 무섭게 떨어지는 빗방울도 모두 막을 수 있잖아. 그러면 사람들이 양산이나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 왜 사람들은 편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 건지…. 하아…. 또 습관처럼 한숨을 쉰 미도리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다.

곧 열릴 축제에서 보일 공연의 연습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며칠을 연달아서 열리는 여름 축제에는 미도리가 소속된 유성대 뿐이 아니라 라비츠, 스위치 그리고 트윙크를 포함한 많은 유메노사키의 유닛들이 출연한다고 하니 말만 들어도 S1 뺨치는 대규모의 축제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기대를 받는 축제가 곧 열리는 만큼 다들 날이 갈수록 더 열심이었다.  덕분에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학교에 가고 있단 말이야…. 방학이 방학 같지가 않다. 그런데도 연습을 하러 가는 날이면 항상 시끌벅적, 웃음을 나누는 다른 사람들이 신기하면서 대단했다. 분명 다들 피곤할 텐데…. 방학에도 나와야 한다니 우울하다며 툴툴거리는 미도리였지만, 사실 미도리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과 함께 그런 생활이 자연스럽다는 듯 연습하며 자리를 지켰다.  사실 그렇게까지 끔찍하지는 않으니까…. 누가 들으면 감격했다며 눈물을 보일 말이었지만, 이제는 이런 미도리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선배들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작년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졌달까. 테토라 군과 시노부 군 그리고 후배들 덕분이려나…. 괜히 머쓱해진 미도리가 입을 비쭉인다. 거의 다 와 간다, 학교에.

1학기는 정말 바쁘게 지나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방학인 게 실감이 안 나는 건가. 저벅저벅 걷는 미도리의 발소리가 느리지만 일정하다. 더위에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이 끔찍하다. 더워…. 손바람을 일으켜 보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더위가 가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 여름 언제 끝나려나. 여름의 절정은 오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여름의 끝을 바라는 미도리의 표정이 벌써부터 지쳐 보인다.

1학기… 그러고 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학기 중을 생각하자 번뜩 떠오르는 몇몇 순간들에 미도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2학년 1학기를 보내면서 확실하게 느꼈달까. 이 학교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자신의 주변이 문제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메노사키를 다니면서 여유와 평온을 꿈꾸면 안 된다고…!

“요! 미도리 군-!”

“악!”

나타났다! 여유와 평온을 꿈꿀 수 없게 만든 주범 중의 한 명이…!

“히나타 군! 그렇게 놀라게 하는는 거 그만 하십셔! 다칠 수도 있다구여…!”

“아….”

한 명 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테토라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린다. 그나저나, 두 사람…. 왜 같이 온 거야…? 방학 직전에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있지… 또 싸우고 어색하게 있을 거면 나 두고 다른 곳으로 가주면 안 될까…? 안 그래도 축제 때 겹치는 유닛들이 함께 하는 연습이라 혹시나 테토라와 히나타가 부딪히지는 않을까 매번 눈치 보고 있는 것도 어려운데 이렇게 밖에서, 그것도 셋이서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라니…!

트윙크와 같은 연습실을 쓸 때마다 긴장해서 몸이 뻣뻣하게 굳었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다행히도 유성대와 트윙크, 두 유닛이서만 한 연습실을 썼던 적은 없었기에, 테토라와 히나타의 데면데면한 모습만 가끔 볼 뿐,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었는데…. 두 사람이 평소와는 다르다거나 둘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티를 내지 않아서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하필이면 미도리의 눈에는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두 사람, 여전히 뭔가가 있다…. 그래서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고…. 그날의 고백 이후로 달라진 것 없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니. 누가 와도 싫다고 할걸…?! 정말 평범하게 학교로 가는 중이었는데 하필…. 그리고 테토라 군이랑 히나타 군, 왜 나를 가운데 두고 걷는 건데…? 이러면 꼼짝없이 셋이 끝까지 같이 가야 하는 거잖아…. 우울하다. 나, 집에 가도 될까…? 도망가게 해줘….

“미도리 군-! 표정이 엄청 우울해?! 이러다가 미도리 군 우울우울한 우울맨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도대체 의미를 알 수가 없는 히나타의 말에 미도리의 표정이 더 어두워진다. 미도리의 마음도 모르고 그저 해맑은 히나타의 웃음이 괘씸하다. 테토라가 옆에 있는데 괜찮은 건가. 두 사람, 잘 해결한 거야…? 대놓고 물어볼 자신은 없었기에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겠다 마음먹은 미도리였지만 조금 궁금하달까. 사실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잖아…. 둘이 그냥 친구로 남기로 했어…? 아니면…….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테토라의 말을 들은 그날 이후로 멀쩡해 보이는, 아니 오히려 조금 개운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잘 된 건가…? 싶다가도 같은 연습실을 써도 공적인 이야기 말고는 데면데면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 때문에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아니 잘 알아서 해결해줘…! 두 사람 어울리는 것 같다고 소심하게 뒤에서 응원하던 미도리는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그냥 도망가고 싶을 뿐이었다. 차였든지 사귀든지, 그사이에 끼이면 고래 싸움에 끼어서 등 터진 새우가 될 것 같았으니까…!

“우울맨이 뭠까…?”

히나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에 미도리 대신 테토라가 답했다. 조심스럽게 말끝을 올리는 테토라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기도 하다.

“우울우울 빔을 쏘는 잘생긴 악당이랄까…? 딱 미도리 군처럼 생겼어!”

“그런 악당도 있었슴까? 모리사와 선배 덕분에 특촬물이란 특촬물은 거의 다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갈 길이 머네여…!”

“히어로가 우울맨도 모르다니! 아직 한참은 모자라네, 테츠 군!”

…테토라 군은 바보다. 분명히 그런 악당은 존재하지도 않을 거고…. 우울맨이라니. 이름부터 우울하다. 하찮은 이름 덕분에 생김새가 조금 궁금하기는 하지만…. 미도리를 가운데 두고 만담 아닌 만담을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예전과 비슷하다. 분명 멀지 않은 과거에도 이렇게 편안하면서 편안하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았었지, 두 사람. 어쩌다가 나를 중간에 둔 채로 마음 아픈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지는 정말 궁금하지 않지만…. 어색하게 테토라와 히나타 사이에 끼어서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던 미도리의 시선이 땅으로 뚝 떨어져 올라올 줄을 모른다. 세 사람을 향해 내리쬐는 햇볕이 뜨겁다. 여전히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이 반갑지 않은데, 지금 왜 이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서 학교로 연습을 하러 가고 있는 건지…. 누가 꿈에서 깨라고 깨워줬으면 좋겠다. 나, 사실은 자는 중인 거야…. 그리고 이건 꿈인 거고…. 오늘은 사실 연습도 없는 날이고 난 이 두 사람 사이에서 고통받으며 학교에 갈 일도 없는 거고…. 아무리 꾸욱 눈을 감았다 떠봐도 보이는 세상은 이질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꿈이면 좋겠다고 바라는 미도리를 비웃듯이.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건 두 사람이 꽤 어색하지 않다는 거였다. 전처럼 미도리를 두고 고백이니 도망이네 무서운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나….

“뭐야-, 미도리 군! 우리를 옆에 두고 딴 생각이라니! 용기가 대단한 걸?!”

미도리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는 걸 눈치챈 히나타가 미도리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면서 말을 걸어온다. 움찔 놀라 쳐다보니 눈을 반짝 빛내는 히나타의 웃음이 가득 섞인 얼굴이 왠지 불안하다.

“으….”

“아! 미도리 군, 오늘 연습이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슴까? 아무래도 다른 유닛들과 등장하고 퇴장하는 것부터 안무랑 동선까지 맞춰보고 싶어서 얘기 중이었거든여.”

히나타를 피해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더니 반대쪽에 있던 테토라의 공격이 쉴 틈 없이 미도리를 조여온다.

“오, 오늘…?”

“오늘부터 공연 전까지 몇 번은 해봐야 할 것 같슴다…. 혹시 어렵슴까?”

마지막 리허설처럼 안무와 동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는 건 다른 유닛과 함께 공연할 때면 못해도 한 번쯤은 하는 연습 루틴이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정해지는 게 어디 있어…?! 괜히 울컥, 억울함이 차오른다.

“유성대는 트윙크 다음에 공연하니까 나 들어가면서 미도리 군한테 하이파이브해 줄게-!”

어때? 좋지?! 미도리 군은 키가 크니까 내가 높-이 점프 해야겠네! 미도리가 테토라를 쳐다보며 입술만 달싹일 때, 히나타가 먼저 선수를 쳤다.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 건지, 통통 튀는 목소리와 흘러넘치는 에너지가 미도리를 더 지치게 만든달까…. 그리고 반대쪽에서 답을 기다리는 듯 미도리를 바라보고 있는 테토라의 눈빛….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자신의 모습이 그저 불쌍하다. 나… 왜 이 둘 사이에 끼어서 이러고 있는 거지…?

“등장하고 퇴장하는 입구가 좁아서 막 뛰어다니면 분명 다칠 검다…!”

“그런가? 하지만 트윙크는 무대 경험도 많고, 유연해서 그렇게 쉽게 다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사고는 예상할 때 일어나지 않는다구여! 괜찮다고 생각해도 방심하는 그 순간 일어날 수 있는 거니까, 항상 조심해야 함다!”

“알지-! 우리는 항상 조심하는 걸-.”

지, 지금 두 사람 싸우는 거야…? 갑자기?! 꿀꺽, 마른 침을 삼킨 미도리가 눈만 데구르르 굴려 자신의 양옆을 차지하고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엄한 표정의 테토라와 대답처럼 가볍게 싱긋 웃는 히나타의 가운데서 어쩔 줄 모르겠다.

“저, 저기!”

“어제도 그 소리 하고서 넘어질 뻔하지 않았슴까…!”

혹시나 싸움이 크게 번질까 봐 용기 낸 미도리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 테토라가 선수 친다. 뭐가 그리 성난 건지 히나타를 탓하는 목소리가 엄하다.

“그건 바닥에 물이 고여있어서 그런 거잖아-. 어쨌든, 테츠 군이 잘 받아줬으니까 그건 무효야!”

“그게 어떻게 무효가 됨까?!”

어, 어제? 어제 우리 연습 없지 않았었나…? 둘이 어제 왜 같이 있던 건데…? 둘이서 뭐 했는데? 그리고 테토라가 넘어지려는 히나타를 받아줬다니 무슨 소리일까. 두 사람 지금 학기 중에 있었던 일 말하는 거야…? 근데 어제라니…?! 푸른색의 눈동자가 당황한 듯 떨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가운데 미도리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모양인지 서로 삐쭉 빼쭉한 시선을 맞추며 흥, 얄궂게 말하는 모양새가 당황스럽다. 그, 있지… 두 사람, 혹시….

미도리의 추측이 조금씩 형태를 잡아갈 때 즈음, 미도리를 방해하려는 것처럼 휴대전화의 경쾌한 기본 벨 소리가 들린다. 갈 곳을 잃었던 시선이 그제야 소리가 난 곳으로 움직인다.

“아, 잠시 만여….”

바지 주머니에서 가볍게 휴대전화를 꺼낸 테토라가 전화를 받는다. 미도리의 시선의 끝에 보이는 익숙한 테토라의 휴대전화 케이스. 이름이 호랑이인 걸 그렇게 강조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호피 무늬를 정말 좋아하는 건지. 볼 때마다 눈에 띄지만 낯설지 않은 휴대폰을 눈에 담는다.

휴대전화 케이스에서, 조금 투박하지만 못나지 않은 테토라의 손으로 그리고 다시 휴대전화 오른쪽 아래에 붙어있는 작은 스티커 사진으로…. 응? 스티커 사진?! 혹시 잘못 봤나 싶어 눈을 깜빡깜빡.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스티커 사진이었다. 그래. 스티커 사진. 아니, 스티커 사진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진 속 주인공이 테토라와 히나타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 왜인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호랑이 귀 머리띠를 쓰고 커다란 분홍색의 하트 쿠션을 들고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테토라와 금붕어와 사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히나타의 사진은 마치 게임에서 진 후 벌칙을 받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배경으로는 놀이공원에 화려한 성이 보인다. 어제 두 사람, 놀이 공원 다녀온 건가…? 그런데 웬 금붕어…?

“아, 시노부 군! 저희 거의 다 왔슴다! 미도리 군이랑 히나타 군도 함께 있슴다.”

통화에 집중한 듯, 미도리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테토라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지 않다. 길을 걸을 때는 제대로 앞을 보고 걸어야 한다는 말을 실천하려는 아이처럼 옆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는 모습이 통화에 집중한 듯싶었다. 미도리가 아무리 봐도 이상한 모양새의 스티커 사진을 보며 고민하는 것도 모르고, 말이지.

“미도리 구운-!”

자신도 모르게 뚫어져라 사진을 쳐다보고 있던 미도리의 뒤에서 히나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 웃음을 담은 히나타와 눈이 마주친다.

“… 왜?”

“아니- 뭘 그렇게 열심히 쳐다보고 있나 싶어서-.”

아…. 말끝을 애교 있게 올리는 히나타의 목소리. 분명 다 알면서 물어보는 게 확실하다. 괜히 머쓱해진 미도리가 답할 말을 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히나타의 시선을 피한다.

“그냥….”

“잘 나왔지?”

“…응?”

“사진 말이야-. 테츠 군은 조금 창피해했는데 내가 내기에 이겨서 확 붙여버렸어!”

그때 테츠 군의 표정이 얼마나 웃겼는지 미도리 군도 봤어야 하는데! 그 순간의 테토라를 생각하고 있는지 키득키득 즐거운 웃음을 흘리는 히나타의 분위기가 부드럽다. 최근 보지 못했던, 조금 풀어진 모습이… 뭐랄까. 쓰레기를 버리러 학교 뒤편으로 갔을 때 봤던 히나타의 모습과는 아주 많이 달라서… 낯설다고 해야 하나….

“….”

“아, 학교에 다 와버렸다! 역시 여럿이 같이 걸으니까 일찍 도착하네.”

교문을 지나가며 아무렇지 않게 미도리를 보는 연녹색의 눈동자가 유연하게 휘어진다.

“시노부 군이랑 소라 군은 벌써 도착해 있다고 함다! 우리도 서둘러야겠네여.”

연습실 문 열어줘야 함다! 그사이 전화 통화를 마쳤는지 테토라의 목소리가 조금 다급하다. 히나타의 시선이 테토라에게로 향한다. 방금까지 투닥거리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미도리가 봐도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따뜻한 눈빛. 발걸음을 재촉하는 테토라는 그것도 모르고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씩 당겨지는 히나타의 입꼬리마저 테토라를 향한다. 아…. 그렇구나. 조금 붉어진 것 같은 히나타의 뺨을 눈치챈 미도리가 속으로 탄식했다.

 

미도리가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을 외치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정말이다. 두 사람에게서 운동장의 모래로 시선을 옮긴 미도리가 생각했다. 나 지금 여기서 도망가고 싶어졌는데…! 주변이 분홍빛의 기류로 가득 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등이 터져버린 새우가 되어버렸다. 아니, 뜨거운 햇빛에 구워지기 직전의 붉게 물들은 새우구이이려나…? 덥다. 그리고 우울하다….

 

거기… 아무도 없나요…? 두 사람의 분홍빛 사랑에 끼인 유성 그린을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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