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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토히나] 소소한 하루

by 시드  2020. 1. 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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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 행복하다고 말이야.”>

 

“야호! 나 먼저 들어가요-!”

“추우니까 바로 집으로 들어가고! 내일 4시부터 촬영 시작이니까 1시에 데리러 올게.”

“응응! 고맙습니다-.”

탁, 소리를 내며 닫히는 차 문. 늦은 밤까지 행사와 방송 촬영 때문에 지쳤을 게 분명한데 내색 하나 없이 매니저가 탄 차를 향해 두 손을 붕붕 흔든다.

“자, 이제 집으로 가볼까-.”

국민 아이돌 아오이 히나타, 이제 퇴근했습니다! 쉬는 시간이라고는 이동 시간이 전부였던 오늘은 히나타에게도 조금 피곤한 날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아니 4년인가? 아무튼, 고등학생 때부터 튼튼히 쌓아 올린 업적이 인정받기 시작해 바쁨을 즐기고 있는 날 중 하루였지만, 오늘처럼 새벽부터 온종일 긴장한 채 지내는 건 역시 히나타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조금 굳어버린 어깨를 쭉쭉 늘리며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느리지만 경쾌하다.

하-,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보였다가 금방 사라진다. 어두운 하늘, 띄엄띄엄 불이 켜진 노란 가로등이 길을 비춘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거리에는 사람도 없었고, 덕분에 히나타도 갑갑하게 마스크와 모자를 꾹꾹 눌러 쓸 필요가 없었으니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하는 걸까나.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며 흥얼거리던 히나타가 가벼운 움직임으로 열쇠를 꽂아 넣고 돌린다. 딸깍 소리를 내며 열린 문으로 들어가니 예상과는 달리 환하게 켜져 있는 불.

“…?”

“히나타 군, 왔슴까?”

“응…. 응! 다녀왔어, 테츠 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온 테토라가 히나타를 반갑게 반긴다.

“수고 많았슴다! 저녁부터 먹을까여? 아님 목욕? 목욕물 받아놨슴다.”

히나타가 들고 있던 가방을 건네받은 테토라는 이 상황이 낯설지도 않은지 히나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끝? 뒤에 하나가 더 있으면 좋겠는데-.”

“뭐를…, 히나타 군! 오늘 피곤하니까 밥 먹고! 씻고! 푹 자는 검다!”

“우- 인제 와서 내외하지 마, 테츠 군-!”

귀엽게 토라졌다는 듯 팔짱을 끼고 뿌- 입술을 내미는 히나타에게 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테토라가 히나타의 겉옷마저 건네받는다.

“그런 거 아님다. 그나저나 밖, 많이 추웠져?”

“응. 추웠어! 그러니까 테츠 군, 뽀뽀하자-.”

아닌 척 말을 돌리는 테토라에게 두 팔을 뻗고 배시시 웃는 히나타. 그런 히나타를 테토라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그대로 고개를 숙여 입술이 쪽 닿는 순간, 앙큼하게 테토라의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버렸다. 움찔 놀라는 테토라를 두고서 키득키득, 후다닥 방으로 도망쳤다.

“히나타 군-!”

“응! 나 옷 갈아입는데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와도 되니까-.”

“… 안감다!”

방 안쪽에서 들려오는 히나타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에 테토라도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흘린다.

“늦은 시간이라 자고 있을 줄 알았어.”

테토라가 드레스룸에 들어가 옷과 가방을 정리하고 나오자 그새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온 히나타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얼굴도 보고 싶고, 저녁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슴다. 혹시 먹고 왔슴까?”

“저녁? 아니 안 먹었는데…. 설마 테츠 군도 안 먹고 기다린 거야?”

“오늘 장 보면서 초밥 사 왔거든여. 같이 먹는 게 더 좋으니까….”

“초밥! 나 배고파 테츠 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후다닥 달려온 히나타가 테토라의 뒤에 찰싹 붙어 예쁘게 포장된 초밥에 뜨거운 시선을 보낸다. 2인분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양의 초밥이 식탁 위로 자리 잡자 언제 테토라 뒤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빨리 자리에 앉은 히나타가 초밥과 함께 들어있던 나무젓가락을 테토라에게 건넨다. 자신의 몫도 꺼내 깔끔하게 반으로 쪼갠 후 간장과 와사비를 종지에 담으면, 완성!

“많이 사 왔으니까, 많이 드십셔.”

“테츠 군도! 잘 먹겠습니다!”

오물오물, 배가 많이 고팠던 건지 맛있게 먹는 히나타를 보면 배가 고프지 않은 사람도 먹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 흐뭇해진 테토라가 초밥이 담긴 그릇을 히나타 쪽으로 슬쩍 밀어 가까이해주자 열심히 오물거리면서도 찡끗 윙크를 보내는 모습은 천상 아이돌이 따로 없었다.

“물 드릴까여?”

“음, 땡큐! 테츠 군은 오늘 뭐 했어?”

“아침에 운동하고, 장 보고 들어왔다가 오후에는 연습실 다녀왔슴다. 한가하게 보냈네여.”

아, 적어준 거 다 사 왔고 정리까지 했슴다! 뿌듯하다는 듯 보고를 하는 테토라의 모습에 히나타가 손을 뻗어 테토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네-. 든든해 테츠 군!”

“으…. 왠지 말 잘 듣는 강아지를 대하는 것 같지 않슴까, 히나타 군?”

“글쎄- 기분 탓 아닐까?”

히히, 웃으면서 초밥을 입속으로 가져간 히나타가 기분이 좋은 듯 발을 흔든다.

“좋다-!”

“뭐가여?”

“음-, 비밀이야!”

말을 하다가 마는 게 어디 있냐며 알려달라는 테토라의 입속에 연어 초밥을 쏙 넣어준 히나타가 싱긋 웃는다. 예쁜 눈웃음까지 지어가면서.

있지…. 집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또 차곡차곡 마음을 쌓아갈 수 있는 나와 너의, 아니 우리의 집도. 따뜻하게 마음을 채워오는 행복이 꿈만 같아서 고맙다고…. 아직은 부끄러우니까, 나중에 말해줄게!

 

 

 

<향기>

 

“테츠 군, 열쇠 잊지 말고.”

“챙겼슴다!”

평소 같지 않게 늦장을 부리다 매니저와 약속한 시각에 촉박하게 준비하던 테토라가 급하게 가방을 챙긴다. 지갑, 열쇠, 또… 아! 핸드폰.

제대로 말리지 않아 물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헤집어 넘긴 테토라가 잠옷을 벗고 침대 위에 굴러다니던 후드티로 갈아입었다.

“자, 양말!”

“감삼다!”

마음이 급해 버벅거리지만 빠르게 양말을 신고 겉옷을 챙긴 테토라가 혹시나 잊어버린 것이 없나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사이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가져온 히나타가 테토라 가방에 쏘옥 넣어준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테토라에게 레슬링 기술을 걸며 못 나가게 한 히나타의 잘못도 조금 있으니까. 지은 죄가 있어 장난을 최대한 참는 중이랄까. 또 히나타도 일 관련이라면 누구보다 까다롭게 굴기 때문에 테토라가 정해진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지각하거나 그로 인해 곤란한 일을 겪는 걸 원치 않기도 하고. 아무튼, 테토라가 준비하는 걸 옆에서 도와주며 내조 아닌 내조를 하는 중이었다.

“나도 오늘 저녁 촬영 근처에서 하니까 끝나고 저녁 먹고 들어올까?”

“좋슴다! 그럼 연락할게여, 히나타 군도 잘 다녀오십셔!”

현관까지 테토라를 마중 나온 히나타의 볼을 잡고 쪽- 뽀뽀로 인사한 테토라가 재빠르게 밖으로 튀어 나간다. 서늘한 날씨에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래도 감사히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어서 급하게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익숙한 차 한 대. 겨우 숨을 고르면서 매니저가 타고 있는 차를 향해 꾸벅 인사한 테토라가 마침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돈 많이 벌어와야 해! ٩( 'ω' )و]

귀여운 이모티콘에 자기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

[다행히 매니저 오기 전에 도착했슴다! 히나타 군도 잘 다녀오십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적어 문자를 전송하고 차에 올라탄 테토라가 먼저 차에 타 있던 미도리에게 인사했다.

“미도리 군, 좋은 아침임다!”

“으…. 테토라 군, 아침부터 목소리가 크네….”

“미도리 군은 오늘도 힘이 없네여.”

미도리의 건너편 창가 자리에 앉은 테토라가 그제야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에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향이었다.

“뭐 하는 거야 테토라 군….”

개 흉내…? 킁킁거리다가 입고 있던 옷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쉬는 테토라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미도리에게 테토라가 답했다.

“개라녀, 실례네여 미도리 군. 그냥 히나타 군 향이 나서 그랬슴다. 히나타 군이 자주 제 옷을 입어서….”

테토라의 말이 길어질수록 어두워지는 미도리의 표정을 본 테토라가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시선을 창밖으로 던진다. 분명 어제도 히나타가 입었겠지. 침대 위에 있는 옷이라고 생각 없이 입고 왔다가 은은하게 풍기는 달콤하고 포근한 향기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미소가 지어진다. 자신의 옷에서 좋아하는 사람의 향이 난다는 게 이렇게 좋으면서도 쑥스러워지는 일인지 몰랐다. 히나타가 챙겨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퍼지는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나쁘지 않다.

‘방금까지 같이 있었는데, 또 보고 싶은 것 같슴다.’

미도리가 들으면 기겁할 만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비밀로 하자.

 

 

 

<요리하는 남자>

 

“히나타 군, 곧 7심다. 빨리 씻고 나갈 준비 해야져!”

“9시까지만 나가면 되는걸. 아직 시간 괜찮아.”

“미, 미리 준비하면 나중에 편할 검다. 얼른 씻고 오십셔!”

거실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스트레칭을 하는 히나타를 재촉하자 돌아오는 눈빛이 따끔따끔하다. 흐음-?

“테츠 군, 나 빨리 내보내고 뭘 하려고?”

“그런 거 아님다! 그냥 미리 준비하고 편하게 있다가 가라는 뜻이었다구여!”

히나타의 시선을 피하면 이상하다 의심받을까 꿋꿋하게 눈을 맞추고 있는 테토라의 표정이 아주 강경하다. 히나타가 특유의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가도 혼자 눈싸움을 하는 마냥 이글이글한 눈빛. 그렇게 두 사람의 눈싸움이 시작되나 싶었지만,

“테츠 군이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어-. 그럼 나 씻고 올 테니까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있어야 해-.”

생각 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인 히나타가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쪽에 있는 욕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휴-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테토라가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주방으로 향했다. 히나타의 눈치가 빨라 혹시 들키면 어쩌나 싶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계획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벌써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가스레인지에 프라이팬을 잘 올려놓고 냉장고 안쪽에 잘 숨겨둔 베이컨과 달걀 4개를 꺼낸 테토라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른다.

테토라의 같이 하자는 도움도 거절하고 주방을 독차지하는 히나타가 고맙지만, 또 한편으로는 요리도 할 줄 모르는 한심한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는 작은 초조함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요리 아닌 요리. 테토라는 그저 안전과 건강을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익혀 먹으려는 건데 왜 모두 자신을 보고 주방 금지라고 외치는지. 솔직히, 재료를 조금 더 익히려다 태운 적이 잦다는 건 테토라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요리 금지는 너무하지 않은가. 테토라가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게 허락된 것은 냉장고와 커피머신 뿐이었다. 커피는 잘 마시지도 않는데…. 아무튼, 히나타를 반강제로 욕실에 밀어 넣은 이유는 이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개운하게 씻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 솔솔 풍기는 맛있는 냄새를 맡으면 히나타가 자신을 달리 보지 않을까 하는 작은 꿈을 꾸면서. 할 수 있슴다!

“오랜만이라 괜히 떨리지만 말예여….”

“뭐가 오랜만인데?”

“으악!”

테토라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테토라가 쿵쾅쿵쾅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심장을 부여잡고 뒤돌았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의 상태 그대로인 히나타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별건 아닌데여….”

자기도 모르게 들고 있던 달걀을 뒤로 숨긴 테토라가 히나타의 시선을 피하며 하하하 어색하게 웃는다.

“그래? 근데 테츠 군, 베이컨은 왜 꺼내놨어?”

아차. 히나타가 미처 가리지 못한 베이컨을 가리키자 결국 테토라가 시무룩한 얼굴로 백기를 흔들었다.

“으뮤…. 사실은 히나타 군 아침 차려주려고 그랬슴다.”

“아침 차려주려고 그랬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은 게 마음에 안 드는지 아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 히나타가 샤워하고 나오기 전까지만 끝내면 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중간에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히나타는 테토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테토라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린다.

“어제 촬영하는데 패널로 나오신 분들이 요리 잘하는 진짜 남자가 멋있는 남자라고 했단 말임다.”

“그랬어?”

“아침 차려주는 남자가 멋있는 남자라고…. 그게 남자 중의 남자 아님까.”

뒤에 숨기고 있던 달걀마저 꺼내니 싱긋 웃고 있던 히나타가 풉, 즐거운 웃음을 터트렸다. 테토라가 어설프게 자신을 욕실로 보내는 게 이상해서 들어가는 척 조용히 다시 나와 몰래 쳐다보고 있던 히나타였다. 긴장한 채 살금살금 주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꾹 참고 뒤를 따라갔다. 자신이 바로 뒤에서 쫓아가는지도 모르고 베이컨과 달걀을 들고 프라이팬 앞에서 뿌듯하다는 듯 웃고 있는 테토라라니. 히나타의 손에 핸드폰이 있었다면 바로 사진으로 남겼을 텐데!

“테츠 군, 요리하는 멋진 남자가 되고 싶었어? 아니면 혹시 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랬던 걸까나…?”

“그야…. 당연히….”

히나타 군이 절 멋지게 봐줬으면 해서 그렇져. 예쁜 곡선을 그리는 히나타의 눈을 피한 테토라가 살짝 붉어진 귀를 보이며 답했다.

“난 항상 테츠 군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는걸. 내 마음을 몰라주다니 너무해!”

“히나타 군...!”

“난 요리하는 남자보다는 빨래 널어주고 개어주는 남자가 더 멋지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테츠 군은?”

“그렇슴까…?”

히나타의 뜬금없는 빨래하는 남자 칭찬을 들으며 테토라가 눈을 끔뻑인다.

“그럼! 탁탁 잘 털어서 널고 각 맞춰서 옷을 개는 모습이 멋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 빨래 테츠 군이 해줄 거지?”

“... 네?”

동그랗게 눈을 뜨고 히나타를 쳐다보는 테토라에게 윙크를 찡긋.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테토라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에 머리를 긁적인다. 이번 주 빨래 당번은 히나타 군이었지만…. 빨래하는 남자가 요리해주는 남자보다 멋지다고 하기도 했고, 아침 일찍 일하러 가는 히나타를 대신해서 빨래 정도야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테토라를 보며 히나타는 키득키득.

“아- 배고프다! 배고픈데 우리 빨리 같이 만들어서 먹을까?”

“그럴까여?”

“달걀이랑 베이컨이니까 오늘 아침은 양식으로! 테츠 군, 오믈렛 괜찮아?”

“전 좋슴다!”

“자! 그럼 테츠 군은 달걀을 저어주도록!”

“알겠슴다!”

 

 

 

<아오이 히나타 클리닉>

 

“이거… 꼭 써야 하는 검까…?”

“그럼! 아니면 머리카락 때문에 불편할걸?”

머리카락이 하나라도 삐져나오지 않게 뒤로 넘겨주는 히나타의 자칭 자상한 손길을 받던 테토라가 옆면에 세워진 전신 거울로 시선을 돌린다. 거울 속 적나라한 자신의 모습에 윽…,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금방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지만.

“다른 모양은 없을까여…?”

“팬한테 선물로 받은 거라 이것밖에 없는걸-. 조금만 참아 테츠 군.”

귀여우니까. 중얼거리듯 나지막이 내뱉은 히나타의 말에 테토라가 시선을 다시 거울로 돌린다. 커다란 분홍색 리본을 단 세면 밴드를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아무리 쳐다봐도 귀엽다기보단… 우스꽝스러운 것 같은데. 거울 너머 자신의 앞에서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는 히나타를 볼 법도 한데, 자기 자신과 눈싸움을 하는 것처럼 거울을 노려보고 있던 테토라는 안타깝게도 히나타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앗! 차갑슴다!”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테토라의 볼을 노리고 철퍽 차가운 팩을 찍어 바른 히나타가 키득키득 웃으며 자신의 무릎을 가리켰다. 털이 부드럽고 납작한 솔로 특별히 테토라를 위해 만든 팩을 섞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오늘만 특별히 무릎베개 해주는 거니까-.”

“가, 감삼다….”

그래도 몇 번 누워 봤다고 처음처럼 허둥지둥, 딱딱하게 굳어 있지 않은 테토라의 모습이 마냥 웃겼다. 그래도 흘끔흘끔 히나타를 쳐다보는 시선이 귀엽다. 몰래 보려면 들키지를 말지. 아니면 대놓고 보면 또 어때. 특별한 사이가 되었는지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히나타의 앞에서 쑥스러움을 느끼는 테토라가 마냥 귀여울 뿐이었다. 유연한 허리를 숙여 테토라의 입술에 쪽-. 깜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히나타의 볼을 어루만지는 테토라를 보며 히나타가 싱긋 웃는다. 그리고는,

“앗, 차가! 히나타 군! 먼저 좀 말해주면 안됨까?!”

차가운 팩을 테토라의 볼에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키득키득 얄밉게 들리는 웃음소리는 덤이다.

“방심하고 있던 테츠 군 잘못인걸-!”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던 테토라를 향해 혀를 빼꼼 내민 히나타가 깔끔한 손놀림으로 마저 팩을 발랐다.

가끔 테토라가 중요한 촬영을 찍을 때나 시상식에 갈 때를 맞춰 열리는 아오이 히나타 클릭닉! 아이돌이면서도 피부 관리에 관심도 없고 어색하다고만 느끼는 테토라를 위한 히나타의 서비스랄까. ‘테츠 군의 못나고 칙칙한 피부를 화사하게. 히나타의 사랑을 담아 잔뜩 서비스!’를 신조로 아주 가끔 운영되는 중이었다.

피부 관리를 받은 다음 날,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오늘따라 피부가 화장을 잘 먹네-” 라는 말을 지나가듯 테토라에게 하고는 했으니 효과는 확실했다. 가끔 장난에 당하기도 하지만 팩을 하는 동안에는 히나타의 무릎베개도 즐길 수 있었고, 또 다정한 히나타의 마사지도 받을 수 있으니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테토라가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였다.

“히나타 군도 발라 드릴까여?”

“응? 정말? 나야 좋지!”

“매번 저만 받아서 미안하기도 했슴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겠슴다! 자리에서 일어나 히나타에게서 솔을 건네받은 테토라의 표정이 굳은 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저 팩을 발라주는 일일 뿐인데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 테토라가 참 테토라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커다란 분홍색 리본을 단 세면 밴드를 쓰고 하얀 팩을 얼굴에 치덕치덕 바른 상태로 말이야.

“사실 내 얼굴을 조물조물 만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고?”

“그런 이유가 아니었는데여?!”

“어라? 왜 이렇게 당황해? 속마음을 들켜서 그런 걸까?”

“아, 정말 히나타 군! 그런 거 아님다-!”

“만지고 싶은 만큼 만져도 좋아, 테츠 군-.”

테토라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건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은 히나타가 자신의 말도 들어달라며 방방 뛰는 테토라의 무릎을 베고 털썩 누워버린다. 테토라의 불만 어린 시선에도 가볍게 윙크로 답하는 히나타. 살면서 히나타에게 말싸움으로 이길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히나타 군도 머리띠 해야져.”

“그런가? 잠시만!”

벌떡 일어나 방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히나타의 움직임은 참 가벼웠다. 움직임의 무게를 나타낼 수 있다면 가벼운 깃털 같은 느낌이 아닐까. 음, 그럼 저는 뭐가 좋은까여…? 이왕이면 근엄하고 점잖은 호랑이의 무게이면 좋겠슴다. 히나타가 머리를 질끈 묶으러 방에 다녀온 그 짧은 사이, 다시 한 번 남자 중의 남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상기시킨 테토라가 히나타를 반긴다.

“머리 묶었네여!”

“응! 이러면 될 것 같아. 자-. 이제 편하게 테츠 군이 해주는 서비스를 즐겨볼까?”

테토라의 무릎을 베고 누워 은근슬쩍 엉덩이를 톡톡 건드리는 히나타의 얼굴엔 짓궂은 웃음이 가득하다.

“히나타 군, 손버릇 나쁜 아저씨 같슴다….”

그러다 잡혀간다구여. 중얼중얼하면서도 히나타가 했던 것처럼 빗으로 팩을 잘 섞은 테토라가 조심히 히나타의 얼굴로 가져간다. 바를게여…! 간지러울 정도로 세심하게 움직이는 솔에 테토라의 마음이 전해온다. 진지한 표정으로 히나타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뭐가 그리 신중한지.

“테츠 군.”

“… 왜여.”

집중하고 있는 테토라가 한참 후에야 대답해준다. 집중하고 있는 남자는 매력적이라 그러던가.

“뽀뽀하고 싶어.”

“…… 네?”

“뽀뽀하자!”

어서 입 맞춰 달라며 팔을 쭉 뻗어 테토라의 목에 감은 히나타가 씨익 입꼬리를 끌어당겨 미소 지었다. 그대로 목을 끌어당기는데,

“악! 히나타 군, 허리! 허리여!”

히나타와는 달리 뻣뻣한 테토라의 허리가 달콤한 입맞춤을 하도록 도와줄 리가 없었다.

“테츠 군! 뻣뻣하잖아!”

“그, 그만 당기십셔! 허리 나간다구여!”

“허리 나간다구? 테츠 군 허리 빼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럼 안되지!”

“네?! 히나타 군, 너무함다-!”

 

 

 

<2주>

 

"장바구니!"

"여기 있슴다!"

"지갑!"

"지갑도 챙겼슴다!"

히나타의 구령에 맞춰 준비를 끝낸 테토라가 마지막으로 차 열쇠를 챙겼다. 모자와 마스크는 기본! 아무래도 둘 다 대식가이다 보니 자주 냉장고를 채워야만 했다. 히나타가 보기에 냉장고가 비었다! 하는 날에 쉬는 사람이 주로 장을 봤기 때문에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나가는 날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같은 색의 모자를 눌러쓰고 두 사람의 신발이 섞여 있는 현관에서 신을 신는 모습이,

"왠지 신혼부부 같네!"

"그, 그렇네여!"

"뭐, 우리도 결혼식만 안 했지 부부인 걸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목소리에 움찔 놀란 테토라가 히나타를 쳐다본다. 왜? 고개를 갸웃대며 동그란 눈을 깜빡깜빡.

"그…. 히나타 군은 결,"

"아! 불! 가스를 안 끄고 왔어! 잠시만!!"

히나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테토라가 쩝, 민망한 듯 모자를 눌러쓴다. 그런 테토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둘러 돌아온 히나타는 신발 신고 들어가 버렸다며 낼름 혀를 내밀었지만.

"불은 잘 끄고 왔슴까?"

"응! 하마터면 우리 둘 다 유우타 군네 집에 빌붙어야 할 뻔했어!"

지금이라도 생각나서 다행이라며 키득키득 웃는 히나타와는 달리, 짧게 상상의 나래를 돌려본 테토라는 어색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히나타라면 몰라도 자기까지 들여보내 줄까 하는 작고 작은 의구심이 생겼으니까. 히나타와 함께 살고 싶단 이야기를 처음 했을 때의 유우타의 반응이라면…. 으,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유우타 군이 안 좋아할 것 같슴다만…."

"그래도 쫓아내지는 않을 거야! 우린 가족이잖아!"

그치? 테토라의 손을 잡고 찡끗 윙크를 날린 히나타가 현관문을 열었다. 이어 장바구니를 손에 든 테토라가 히나타의 뒤를 따라간다. 걸을 때마다 기분 좋게 흔들리는 주홍빛 머리칼. 같은 샴푸를 쓰지만 히나타 특유의 달콤한 향이 나는 그 머리카락에 괜히 입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테토라에게 가족이란 말은 든든하면서도 너무나 당연한 존재였다. 항상 테토라와 가족을 위해 고생하시고 힘내주시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일까. 가족이 없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히나타가 테토라를 가족이라 불러준 그 순간 왜 코끝이 찡해졌을까.

"히나타 군."

"응?"

"우리, 아…. 아님다!"

자신도 모르게 뱉어버릴 뻔한 그 말에 놀라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 쳤다. 아직은 때가 아님다! 바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려고 하다니. 전 아직 멀었나 봄다. 이렇게 갑작스레 할 말이 아닌데…. 불과 몇 초전, 저 자신의 한심한 행동 때문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히나타 군에게 잡혀버렸단 말임다…!

"뭐가?"

"아님다!"

"뭐가 아닌데?"

"아무것도 아님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아무것도 아니니까여…!"

평소 같지 않은 테토라의 답답한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히나타가 테토라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움찔움찔, 히나타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테토라. 참는 검다! 참아야 함다. 이건 다 제 잘못이니까여…! 걷는 와중에도 완벽한 조준으로 테토라의 약한 곳을 찌르는 히나타가 그저 대단하다.

"으….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진짜 말 안 해줄 거야?"

"안함다! 아니, 못함다!"

"…테츠 군 너무해-. 우리 사이에 비밀 만들기야?"

쿡쿡 옆구리를 찌르던 히나타의 손길이 멈췄다. 정말 서운한 것인지 축 처진 목소리, 애절한 눈빛으로 테토라를 쳐다보는 히나타라니. 심장에 치명적이다.

"으뮤…. 그런 게 아님다, 히나타 군…."

"그럼! 왜 말 해주지 않는데…."

시무룩한 히나타의 반응에 테토라가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어떡함까…?! 히나타 군을 서운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구여! 하지만 지금 말하자니 분위기도 그렇고 전혀 멋있지 않슴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셔…!"

"조금이 얼마인데?"

"음, 글쎄여…. 두 달 정도?"

"두 달이나?"

조심스럽게 말한 테토라와는 달리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히나타는 역시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 걸까. 조금 바쁘게 준비하면 가능하지 않냐는 못된 자신감이 생겼다. 아무래도 히나타가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생긴 듯하지만…. 미래의 나구모 테토라, 잘 부탁함다!

"어… 그럼 한 달…?"

"한 달…."

"그럼 2주만…!"

지, 질러버렸슴다! 2주 만에 가능할까여? 일단 괜찮은 장소도 찾아봐야 하고, 또 히나타 군의 일정도 미리 알아봐야 하고…. 히나타가 더 줄여달라는 눈빛 공격을 보내도 더는 기간을 줄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버렸다. 빡빡하게 2주! 열심히 준비하면 할 수 있을 검다! 힘내십셔, 미래의 나!

"알겠어-. 테츠 군이 그렇게 사정하니까. 특별히 기다려줄게!"

"가, 감삼다!"

"대신 오늘 테츠 군이 점심 사는 거로!"

… 네? 선심 써준다는 표정으로 테토라를 쳐다보는 히나타와 그런 히나타를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테토라가 맞잡은 손이 걸을 때마다 기분 좋게 흔들린다. 왠지 오늘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듬다….

 

 

 

<아침: 나구모 테토라>

 

따뜻한 햇살이 눈 부셔 저절로 잠이 달아난다. 커튼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들어온 햇빛이 두 사람의 침대 머리맡을 비추고 있었다. 잠에 찌뿌둥해진 몸을 위로 쭉 늘려 기지개를 켠 테토라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쉽게 볼 수 없는 히나타의 곤히 잠든 모습. 테토라는 자신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것도 모르고 마냥 시선을 빼앗겼다.

테토라는 히나타의 자는 모습을 좋아했다. 히나타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분명 잔뜩 놀림당할 걸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표정 뒤에 숨겨진 순수하고 무방비한 모습이랄까나, 마냥 편안하게 보이는 히나타의 흐트러진 모습이 좋다. 사실, 히나타가 테토라에게 감정을 표출해주는 것도 감사하고, 이렇게 경계 없는 모습을 허락하는 것도 마냥 행복하다. 그냥… 함께라서 좋은 걸까.

곤한 숨을 내쉬며 자는 히나타에게 쪽 입 맞춰주고 싶었지만, 잠귀가 얇은 히나타가 혹시나 깰까 꾹 참아본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히 손을 든 테토라가 히나타의 얼굴에 닿은 햇빛을 가린다. 혹시 히나타가 자신처럼 눈이 부시는 바람에 깨는 건 원치 않으니까.

눈을 뜨면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와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가 자신을 반긴다는 게 꽤 로맨틱하고 괜히 흐뭇하다.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그리고 계속해서 히나타와 함께하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가방 속 몰래 준비해둔 깔끔한 은색의 웨딩밴드(wedding band)가 떠올라 마음이 간질간질해진다. 아이돌이란 신분에 섣불리 둘의 만남을 티를 낼 수 없어 나눠 가지는 물건은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증표로써 꼭 나눠 가지고 싶은 작은 욕심이었다. 혹시 히나타가 곤란하다 거절해도 남자답게 절대 섭섭해하지 않을 거니까. 절대 서운해하지 않을 검다! 진짜여! 혼자 두 개 끼면 됨다…! 굳게 결심한 듯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곤히 잠들어있던 히나타가 가볍게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다. 마주친 동그랗고 예쁜 연녹색의 눈동자. 일어나자마자 테토라와 눈을 마주친 게 좋았던 걸까. 배시시 웃는 히나타의 미소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좋은 아침!”

아침 인사를 건넨 히나타의 목소리가 아직 잠에 잠겨 나른하기만 하다. 히나타가 눈을 뜨기를 기다렸던 테토라가 그제야 마음 놓고 눈가에 쪽, 입을 맞추며 답했다.

“좋은 아침임다, 히나타 군.”

오늘 잡혀 있는 일을 모두 미루고 온종일 히나타와 여유롭고 느긋하게 뒹굴뒹굴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마음을 눈치챈 건지 히나타도 쭉 팔을 뻗어 테토라의 등을 끌어안고 팡팡 두드린다. 따끈따끈하고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자는 모습 쳐다보고 있고…. 테츠 군 변태!”

돌아온 답은 그리 따끈하진 않았지만….

 

 

 

<아침: 아오이 히나타>

 

번쩍 자동으로 떠진 눈. 한두 번 눈을 깜빡이니 언제 잠들었었는지 모를 정도로 말똥말똥해진 눈빛. 다들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로 잠에서 빨리 깨는 히나타가 고개만 살짝 돌려 테토라를 쳐다본다. 가슴께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테토라의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히나타는 사실 테토라의 자는 모습이 좋아했다. 콕콕 볼을 찔러봐도, 쪽쪽 얼굴 전체에 입을 맞춰도 모르다니. 테토라도 아침에 잘 일어나는 편이었지만, 먼저 일어난 히나타의 장난을 올곧이 받아주고 나서야 눈을 뜨고는 했다. 푹 자는 사람을 깨우는 게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야 하는 게 대부분의 반응일 텐데, 히나타는 뻔뻔하게도 사랑으로 깨워주는 거라 대답했다. 덕분에 테토라가 어버버,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왠지 히나타가 자는 테토라를 건드릴 때는 주로 아침 일정이 있는 날이었기에 더할 말이 없어지는 걸지도.

오늘따라 팔베개까지 해주고 말이야. 히나타의 볼에 닿은 테토라의 팔이 따뜻하다. 나중에 일어나면 팔 저릴 텐데. 테츠 군이 팔베개해 주면 잠이 잘 오는 것 같아-. 라는 지나가듯 한 말을 기억해주고 틈만 나면 팔베개를 해주려는 테토라의 모습이 고마웠다.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고, 귀여움으로 재미까지 책임져주는 남자 중의 남자. 간질간질한 느낌. 히나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담긴다.

데구르르, 몸을 굴려 테토라의 몸 위에 정착! 엎드린 채로 테토라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본다.

“테츠 군-. 아침이야!”

“으…. 히나타 군.”

“아침! 땡땡땡! 아침입니다-.”

“10분만 봐주십셔….”

어제 늦게 잠들어 일어나기가 어려운지 잠에 취해 끙끙 어렵게 말하더니 큰 손으로 히나타의 뒤통수를 꾸욱 눌러 제 가슴팍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는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기까지. 다른 손으로는 귀찮게 하는 아이를 달래듯 등을 토닥여주는데, 이 자세… 아기를 몸 위에 올려놓고 잠들어버린 부모 같잖아…! 테토라가 금방 다시 잠들어서 멈추기는 했지만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 귓가로 들리는 테토라의 안정적인 심장 소리가 마치 자장가 같달까. 히나타의 마음마저 울리게 하는 기분 좋은 소리. 금방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소리에 히나타의 눈이 꿈뻑, 또 꿈뻑.

그러다 다시 번쩍 뜬 눈이 찌릿, 테토라를 올려다본다.

“테츠 군, 아주 괘씸해! 나를 다시 잠들게 한 죄는 찐한 뽀뽀로 돌려받겠어. 하마터면 일이고 뭐고 다시 잘 뻔했다고.”

잠들어 듣지도 못하는 테토라를 보고 귀엽게 투덜투덜.

“십 분 후에 이자까지 더해서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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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아닌 BGM으로 [Kelly Clarkson - A Moment Like This]를 추천해 드립니다!

노래가 약간 디즈니 공주님들이 트루럽을 만나고 부를 것 같은 노래에요 ㅋㅋㅋ

 

A moment like this
이런 순간을
Some people wait a lifetime,
어떤 이들은 평생을 기다리죠
For a moment like this
이같은 순간을 위해
Some people search forever,
어떤 이들은 영원히 찾죠
For that one special kiss
그 특별한 한 번의 키스를 위해
Oh, I can't believe it's happening to me
오, 근데 그런게 내게 일어나고 있다니 믿을수가 없네요
Some people wait a lifetime,
어떤 이들은 평생을 기다려요
For a moment like this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가사 속 '이 순간'을 누리고 있는 두 사람입니다. 파핑님과 꽁냥꽁냥한 신혼부부st 테토라와 히나타 썰을 풀면서 언젠가는 써봐야지 했네요. 파핑님 꽁냥도 보고싶어요.ㅠㅠ

 

+최대한 트위터에서 썰을 푼 내용은 빼고 쓰려고 노력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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